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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위대한 개츠비 - F. 스콧 피츠제럴드 (문학동네)

Gaslight 2020. 7. 15. 01:27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개츠비는, 근본을 알 수 없는 벼락부자이며, 데이지는 남자보다는 ‘영국제 셔츠’를 더 사랑하는 나약하고 철없는 여자다. 데이지의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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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소설가 하면 가장 많이 회자 되는 작가는 아마도 해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인과 바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있거라 등 여러편의 명작을 남긴 해밍웨이와 달리 피츠제럴드의 책중 명작이라 꼽히는 작은 위대한 개츠비가 유일하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나마 유명한 다른 소설중에는 브래드피트 주연의 영화화까지 되었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단편소설이 있었습니다만, 영화와 소설에서 각자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달라 영화의 인기가 피츠제럴드의 소설의 인기에는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피츠제럴드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위대한 개츠비라는 소설은 개츠비라는 '헛된 희망이 현실로 다가 왔을 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당시 미국사회의 허영과 위선에 대한 조소의 내용도 담겨 있지만, 저는 개츠비의 희망이었던 데이지를 결국 만나게 되었을 때의 감정에 더욱 집중했습니다.

 

아니, 결국 개츠비는 옳았다. 인간들의 설익은 슬픔과 조급한 기고만장에 대해 내가 잠시나마 관심을 잃게 되었던 것은 개츠비를 삼킨 것들, 그리고 개츠비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부유하는 더러운 먼지들 때문이었다. p13
아마도 그 초록빛의 심대한 의미가 영원히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과 데이지 사이를 갈라 놓았던 그 광대한 거리에 비하면, 그 초록빛은 거의 데이지를 만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로 느껴졌을 것이다. 달 주위에서 반짝이는 별 처럼 말이다. 이제 그것은 그냥 잔교 끝의 초록색 등으로 돌아와 있었다. 찬탄의 대상 중 하나가 줄어든 것이다. p118

그렇게 의미를 부여했던 초록빛이 상징하는 실재를 마주한 순간 초록빛은 단순한 초록등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현재의 행복에 대한 희미한 의심이 피어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돌아보면 거의 오 년의 세월이었다. 그날 오후만 해도, 눈앞의 데이지가 그가 꿈꾸어왔던 데이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순간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오래도록 품어왔던 너무나도 어마어마한, 환상의 생생함 때문이다. 그 것은 그녀를 넘어서고, 모든 것을 넘어섰다. 그는 독보적인 열정을 가지고 그 환상속에 뛰어들어, 하루하루 그것을 부풀리고 자신의 길에 날리는 온갖 밝은 깃털로 장식해 왔던 것이다. p121

상상속의 데이지는 아마 날로 완벽한 모습을 갖추어 갔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완벽함을 가진 데이지를 실제로 조우한 순간 본인이 생각했던 데이지와 현실은 도저히 타협할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데이지의 잘못은 아닙니다.
오후는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데 허망한 꿈만이 홀로 남아 싸우고 있었다. 방 건너편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향해, 더이상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지려고 애쓰면서, 암울하지만 절망하지는 않으면서 끝까지 분투하고 있었다. p169

개츠비는 이미 데이지에 대한 희망이 헛된 희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헛됨을 알면서도, 본인이 허망한 꿈을 꾸었다는것을 알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그 꿈 자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랑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아직 헛된 꿈이나마 개츠비 처럼 현실로 이루어 본적이 없어서 헛된 꿈을 향해 전진하여 그 꿈을 손아귀에 넣었을 때 오는 그 미묘한 감정에 대해서 느낄 기회가 없었지만, 개츠비를 통해 그 허망함이 무엇일지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좋아하는 상대가 있어 자신의 모든걸 포기하고 개조하고 매일 그 상대를 생각하며 결국 그 상대를 조우 하였을 때 그 상대가 나의 희망속의 인물과 너무나도 다른 존재라는 생각이 들면, 저는 그 헛된 시간과 기대에 대한 아쉬움과 허망함으로 엄청난 패닉이 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츠비는 위대하지 않은 저와 다르게 이를 의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이 허망함을 알면서도 계속 전진했고 결국 데이지는 얻지 못하였지만 꿈을 향해 전진하던 위대한 모습자체를 얻을 수 있었죠.

 

이전 포스트(더글라스 케네디 - 빅퀘스천)에서도 비슷한 말을 썼던 것 같지만, 시련이나 허무는 어쩌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잠시는 머뭇거리거나 뒷걸음질 치게 할 수 있지만) 원동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지기만 하는 황홀한 미래를. 이제 그것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뭐가 문제겠는가.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리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마침내 어느 찬란한 아침....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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